[정치] 문창극 후보자 발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문창극 후보자가 사임을 거부하고 있다. 공식적인 입장으로도, 비공식적인 입장으로도 그가 후보자 사퇴를 하지 않을 것임이 여러 언론을 미루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 속에서 문 후보자가 사임을 하거나, 청와대가 후보자 사퇴를 권고 혹은 후보자를 취소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먼저 미리 밝혀둘 점은, 이 글에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발언의 세부 내용을 세세하게 분석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문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서는 차라리 그가 말했다는 동영상 전문(http://blog.naver.com/0422kkr/220029604631)을 읽길 권하고 싶다. 다만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그 문장을 그대로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문장 이면에 깔린 사상 등도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문창극 후보자의 방송에 대해 나 나름의 해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글의 한계점이 될 수 있다고 충분히 인지한다. 하지만 그 글의 세부 내용까지 낱낱이 해부하는 것은 이미 나 말고도 다른 매체 등에서 진행된 작업이다. 이미 진행된 작업을 굳이 나 또한 따라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본다. 그의 발언 이면에 짙게 깔린 식민지 근대화론과 윤치호에 대한 존경은 말할 것도 없다.
문 후보자에게 내가 집중하는 것은, 그의 발언으로 인한 여파가 한일 양국의 관계에도 향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그의 발언이 두고두고 한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점에서다. 그가 총리가 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말이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게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한때 독도와 관련되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일본측에서 독도 문제에 대해 발언을 요구하자 "조금만 기다려라"라는 논조의 발언을 한 것인데, 이 때문에 일본에게 독도를 넘기려하는 것이냐는 비난부터 발언이 경솔했다는 비판까지 다양한 언론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모습과 문 후보자의 모습은 놀랄만큼 비슷하다. 물론 두 인물의 성장배경과 활동무대 등에서는 다르지만 한·일 관계가 민감한 때에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발언을 함으로써 논란의 중심이 된 점은 데칼코마니만큼이나 흡사하다.
일부 보수 논객들은 문창극 동영상의 전문을 다 읽어야 한다며, 언론이 의도적으로 전체가 아닌 부분만 포커스(focus)를 맞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문창극 동영상의 내용을 "미개한 DNA를 가진 한국인에게 하나님은 의도적으로 시련을 주셨다"·"일본에게 더이상 사과하라고 주장할 필요가 없다"라는 내용이 아닌 "여러 역경 속에서도 하나님의 기적과 같이 시련들을 견뎌낸 한국인의 자신감"·"단순한 한 명의 종교인으로서 한 발언" 등으로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언론뿐만 아니라 일본의 언론마저도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에 의한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이라는 문 후보자의 발언을 대서특필했고, 보수 논조의 산케이 신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한국은 더이상 일본에게 사과받을 필요가 없다, 한국 민족이 게으르다라는 문 후보자의 발언을 지면 한 장을 할애하며 소개했다. 그의 발언을 아무리 한국의 보수 논객들이 축소하려해도 이미 일본에서 이 발언의 파급 효과를 일찍 파악해버렸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 한국의 위안부 문제나 여러 역사 문제에 있어서 문 후보자의 발언이 두고두고 일본 극우 논객들에게 사용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미 그가 총리가 되지 못한다고 할 지라도 일본에서 그의 발언을 두고두고 써먹을 여지를 마련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가 총리가 된 이후에 발생한다. 이 발언에 대해 제대로된 해명 ㅡ 혹은 변명을 할 지라도 일본으로서는 문 후보자가 총리가 된 것을 한국에서 스스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을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일본 과거사 문제에 대한 대응을 함께 하던 한·중 관계에도 박근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먹구름이 낄 수 있다. 최악의 경우는 다음과 같은데, 문 후보자가 자신의 친일 발언에 대한 해명으로서 일단의 활동을 할 경우를 의미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덧붙여진 친일 논쟁을 불식시키고자 독도를 방문한 것처럼 문 후보자가 어떠한 반일 행동을 단행할 경우 가뜩이나 악화된 한·일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이미 그의 발언이 세상에 공개된 이상 일본에서 그가 했던 발언을 가지고 어떻게 활용할 지 눈 앞이 캄캄하다. 그러나 그보다 심각한 것은 그가 총리가 된 이후에 벌어질 일들이다.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준다면 고맙겠지만(?) 그가 이번 발언과 같이 친일 발언을 하건, 혹은 반일 행동을 단행하건 그로인한 문제는 반드시 야기된다. 문 후보자가 아무쪼록 국민 정서와 국제 상황을 볼 때에 물러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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