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일 토요일

벨리코프스키와 사이비과학의 특징

사이비과학의 역사를 살피다 보면 자주 나오는 이름이 있다. 벨리코프스키이다. 1950년에 낸 '충돌하는 우주'라는 책이 특히 유명한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지금 21세기의 창조론인 '창조과학'과 아주 흡사한 내용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된다. 물론 내용만 흡사한 게 아니라 그 이론 전개 방법도 아주 비슷하며 이건 사이비과학에서 흔히 보이는 공통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그의 저서 '다윈이후'에서 소개한 내용을 중심으로 현대 창조론의 내용을 덧붙여 정리해 봤다.

벨리코프스키는 1950년 ‘충돌하는 우주’라는 책을 써서, 금성은 목성에서 나왔고 혜성이 되어 돌다가 기원전 1500년 유대민족이 이집트에서 탈출할 때 지구에 접근해 금성의 탄화수소로 만나를 제공했고 (유대인들이 발견했던 식량, 출애굽기 16장, 그는 혜성의 꼬리에서 발견됐다는 탄화수소와 음식의 탄수화물을 헷갈렸던 것으로 보인다.) 금성의 철분으로 강이 피로 변했으며 결국 화성에 충돌해 지금의 금성이 됐다는 식이었다. 그때 화성은 지구와 거의 충돌할뻔하고 인류는 그 공포가 너무 컸었기 때문에 집단으로 모든 기억을 잊었지만, 유전적 기억에 남아 공포감, 노이로제, 공격성의 원인이 되고 그게 사회적 형태로 나타난 것이 전쟁이란 주장을 펼쳤다.

물론 그를 비판한 일부 학자들이 있었고 그런 경우 사이비과학자들은 꼭 자기가 박해를 받는 갈릴레오라는 착각에 빠지는데 그도 그랬다. 그는 물론 화형 당하지도 않았고 감금되지도 않았고 단지 책을 많이 팔아 돈을 두둑이 벌었을 뿐이었다. 1950년 한 해에만 추정 7만5천 부가 팔렸다.

그의 문제탐구 방법은 특이하다. 먼저 먼 옛날의 연대기 기록들은 무조건 정확하므로 성경에 태양이 멈췄다고 나오면 그것은 정말이었다며 거기에 맞는 과학이론을 억지로 꾸며서, 행성이 되기 전 혜성이었던 금성 인력이 지구자전을 일시적으로 정지시켰다는 식이었다. 중력만으로 설명이 안 되니까 전자파 효과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지구가 멈췄는데 왜 다른 민족은 하나도 모르고 유대인들만 알았을까? 이것도 집단기억상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노아의 홍수도 사실이며, 홍수와 관련된 수많은 전설들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건 현대 창조론의 주장과 일치한다. (하지만 한국, 일본, 중국, 미국, 영국 어디에 그런 전설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인디애나대학 지질학자인 도로시 뷔타리안은 민족들의 (홍수와 관련된) 기억 대부분이란 서로 관련도 없고 지역적인 지질학적 특징이나 사건들과 연결된다는 걸 밝혀냈다. (Legends of the Earth, Indiana University Press, 1973) 베리코프스키가 인용한 독일어 문헌들을 실제 조사하니까, 그의 독일어는 아주 엉망으로 잘못과 엉터리 인용, 황당한 공상의 극한의 반복이라는 게 밝혀졌다. 내용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는 대중들을 속여서 돈을 끌어 모으는 전형적인 사기꾼이었던 것이다. 예일대학 동양사교수 라투우렛은 벨리코프스키의 중국어 번역을 언급하며 중국에 있지도 않던 황제 이름을 계속 마음대로 썼다는 걸 확인했다. (American Journal of Science 248 (1950): 584) 예일대학 지질학교수 체스터 롱웰은 벨리코프스키의 엉터리 지질학을 하나하나 지적하자면 그것 하나만으로 책 한 권이 된다고 지적했다.

인류 역사에 관한 천재지변 설을 주장한 후 그는 1955년 ‘격변의 지구’로 지질학에 나선다. 그의 지질학 문헌 조사수준은 아주 낮았고 부주의했다. 그가 취한 방법의 일반적인 결점들을 논한다. 현대의 창조과학을 포함한 사이비과학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결점들이기도 하다.

1. 형태의 유사성이 사건의 동시성을 반영한다는 가정. 그는 잉글랜드의 데본기 지층에서 나오는 대량의 물고기 화석을 무시무시한 천재지변의 증거로 주장한다. 몸이 비틀어지고 잡아먹힌 흔적은 없으며 물고기 얼굴은 놀라움과 공포(?)로 가득 찼다. 이것이야말로 어떤 천재지변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화석들은 실제로는 두께 수백 피트의 퇴적층에 널리 분포하며 이 퇴적물은 분명히 수백만 년 걸쳐서 쌓인 것들이다. 창조론에서도 흔히 어디서 무더기로 화석이 나오면 그건 노아의 홍수로 생겼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주장한다. 물론 무더기로 나오지 않는 대부분의 화석은 언급하지도 않고...

2. 거대한 영향을 끼친 사건은 모두 돌발적으로 일어난다는 가정. 수천 년에 걸쳐 매년 내리는 눈이 쌓여 생기는 빙하도 바닷물이 한꺼번에 기화해 한꺼번에 눈이 되어 생겼다는 식이다.
현대 창조론에서도 돌발적인 노아의 홍수 사건 하나로 모든 지층과 모든 화석들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옛날이야기에 많이 나온다. 신이 흙을 파내 웅덩이를 만든 게 바다가 되고, 흙무더기를 모아 놓은 게 산이 되고, 손가락으로 긁은 부분이 강이 되고... 모두 돌발적으로 일어난다는 가정이며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3. 국지적인 격변을 무조건 세계적인 규모의 사건으로 추정한다. 국지적인 홍수나 지진, 분화가 일어나는 걸 부정하는 지질학자는 한 명도 없다. 하지만, 그는 이런 국지적인 사건들을 무작정 지축이 갑자기 변화해 지구 전체 규모의 대격변이 일어났다는 식으로 다르게 주장한다. 예를 들어 네브래스카주의 포유류 무덤으로 알려진 2만 마리 가까운 대형동물들 뼈가 묻힌 곳이 있다. 이러한 것을 꼭 천재지변으로 설명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 하천이나 대양이 대량의 뼈나 조개껍데기을 점차 모으는 건 흔한 풍경이다. 게다가 만일 국지적인 홍수가 이 동물들을 익사시켰다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그게 다른 대륙에서도 바로 그 시대에 다른 동물들도 똑같은 어려움을 당했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현대 창조론의 수법이다. 세인트 헬레나 화산으로 갑자기 화산재가 높게 쌓인 걸 증거라고 우기면서 마치 전 세계 모든 지층이 다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증명이나 된 것처럼 허풍을 떤다. 누가 화산폭발로 갑작스럽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부정한 사람이 있는가? 문제는 어떻게 모든 지질학 증거들을 무시하면서 전세계 모든 지층들이 다 그렇게 격변적인 사건으로 쌓였다는 주장이 가능한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4. 시대에 뒤떨어진 자료를 사용한다. 1850년 이전에 지질변화의 주된 요인은 지구 전체의 천재지변이었다. 벨리코프스키가 유럽대륙에서 물고기 화석들이 재해로 죽었다고 인용하는 자료는 1841년, 1820년, 1837년 것이다. 그 후 100년이 넘게 아무런 연구도 없었다는 말인가? 빙하시대 기원에 관한 주장의 근거로 삼은 저서는 1883년 것이었다.
21세기 창조과학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용불용설이 틀리므로 진화론이 틀리다는 식의 주장을 태연하게 한다. 라마르크의 용불용설, 즉 획득형질이 유전되지 않는다는 건 19세기에 이미 알려져 있었고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초등학생도 다 아는 사실들을 설명하면서 마치 자기들이 과학자들이 깨닫지 못 한 진화론의 대단한 모순이라도 찾아낸 것처럼 허풍들을 떤다.

인간의 게놈 (genome, 유전정보 세트 전체) 이 30억 염기대로 되었다는 것도 이미 생물학의 상식인 걸 마치 자기들만 아는 것처럼 그걸 인용하면서 그런 어마어마한 유전정보가 '진화'로 (단번에) 만들어지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느냐는 식이다. 물론 게놈과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그거 모르는 생물학자, 학생은 없다. 그리고 진화론에서는 30억 염기대의 인간이 한번에 만들어졌다고 하지도 않았다. 30억 염기대의 인간이 나오기 전에 무려 30억년이 넘는 긴 생물의 진화역사가 있었어야만 한다고 설명한다. 물론 더 작고 간단한 게놈으로 구성된 생물들이 역사의 앞부분을 차지한다. 뭐가 문제란 것일까? 오히려 인간이 단번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건 '창조론'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자료의 또 한 예로는 네안데르탈인 논쟁도 들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화석 유전자 분석결과 네안데르탈인은 현대인의 직접적인 선조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게 90년대에 밝혀졌지만 아직도 창조과학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은 구루병의 현대인이었다고 우긴다. 가끔 어떤 창조론 숭상자들이 너무나도 뻔뻔스럽게 자기들은 이미 그걸 알고 있었다는 등, 네안데르탈인은 성경에 나오는 것처럼 수백 년을 살았다는 게 치아연구로부터 밝혀졌다는 등의 거짓말을 하지만, 성경 어디에서 인간 외에 다른 인간 비슷한 동물 (네안데르탈인을 포함한 인류의 선조 화석들 전부를 가리키는) 들을 만들었다고 나오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자기들이 왜 필사적으로 원숭이와 현대인 이외의 중간적인 인류화석들 (인간도 원숭이도 아닌) 이 다 엉터리라고 주장했는지 그 목적도 잊은 듯 하다.

5. 부주의, 부정확, 얄팍한 속임수를 쓴다. 예를 들어 그는 현재 화석이 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하며 자기 이론대로 천재지변으로만 만들어진다고 공격한다. (현대 창조론자들의 주장과 일치) 호수 바닥에서 오래된 뼈를 파낸 적이 있거나 해변에서 조개껍데기을 파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주장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 알 수 있다. 그는 점진적인 진화론과 대륙이동설도 전부 부정했다. 하지만, 지각은 각 대륙을 태우고 오늘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으며 세계적인 지진대와 화산대, 대륙의 충돌, 일부 동물의 대량 절멸(환경의 변화에 따른) 등의 장대한 사건들은 이들 지각이 1년에 겨우 2, 3cm 씩 연속적으로 움직인 탓으로 설명된다.

21세기 창조론에서는 여전히 화석은 노아의 홍수로 단 한 번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왜 화석들은 우리가 모르는 동식물들이 대부분이고 현대의 동식물들이 나오지는 않는지 설명이 없다. 19세기 지질학의 발전과 함께 당시 사람들마저 지식인이라면 노아의 홍수로 모든 화석이 만들어졌다고는 도저히 주장할 수 없다는 정도는 깨닫고 있었다. 즉, 다윈이 진화론을 내 놓았을 때 이미 당시 사람들도 창조론이 틀렸다는 건 알고 있었고 그렇다면 무엇이 진실인지를 열심히 찾고 있었는데 거기에 다윈이 해답을 내놓았던 것이다. 기독교만이 종교였던 당시 유럽에서 왜 다윈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진화론이 받아들여졌는지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21세기에 와서도 허접한 창조론은 부주의, 부정확, 얄팍한 속임수를 내세워 18세기 이전 중세암흑시대로 되돌아가자고 외친다. 창조론의 역사라고 할까 중세과학의 기독교를 바탕으로 한 역사를 살펴보면 사실 '현대창조론'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중세창조론'을 이러저리 모양만 바꿔 현대에서까지 주장하고 있을뿐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의 천문학 탄압'
http://imaginemadang.blogspot.com/2014/08/blog-post_75.html

여기서 또, 우리가 언제 중세암흑시대가 좋다고 했냐고 창조론 숭상자들이 항의할지도 모르지만 (신본주의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사이비목사'들이 실제 있다. 조금 과격한 표현이지만, 이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려는 드러나지 않는 수 많은 훌륭한 목사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일부러 그런 분들과 구별하기 위해 좀 과격한 표현을 사용한다.), 자기들이 한 말이 결국 어떤 방향으로 가자는 것인지 쯤은 잘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창조과학회에서 공식적으로는 자기들이 '과학'을 존중하며 단지 '모순으로 가득찬 진화론'만 비판할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진화론은 현대 생물학, 의학, 지구과학, 천문학, 지질학 등의 거의 모든 자연과학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진화론의 역사'를 조금 공부하다 보면 그게 바로 '현대생물학의 역사'가 된다는 것 쯤은 알아야 한다. 즉 '진화론'을 부정한다는 것은 '현대 생물학을 포함한 거의 모든 과학'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말로만 자기들은 '과학을 존중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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