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31일 토요일

조선총독부 철거에 대한 의견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다른 평가는 제쳐두고 내가 그를 싫어하는 이유는 단 하나, 조선총독부 해체 때문이다. 나는 조선총독부 해체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내가 우리의 치욕적인 역사를 찬양해서도, 대일본제국의 대동아공영론에 감복해서도 아니라 조선총독부가 존재했던 시기 역시 우리의 역사임이 분명하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이 제국주의의 흐름 속에서 제대로된 대응하나 못하고 경술국치를 겪어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가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조선총독부는 그 시대의 증인이며 기억의 조각이다. 그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우리 민족의 정기 세우기를 위해 조선총독부를 해체하고 경복궁을 복원한 것에 대해선 나 역시 긍정적으로 보고있다. 문제는 조선총독부를 깡그리 날려버리고 지금까지도 이를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이었다며 칭송하는 것이다. 경복궁을 복원한 것만을 역사 바로 세우기로 판단한다면 나 역시 따로 할 말이 없지만 조선총독부를 날려버린 것을 역사 바로 세우기로 판단한다면 그만큼 참담한 일도 없다

조선총독부야 말로 그 시대를 기억하고 우리에게 교훈을 주기 훌륭한 문화재다. 조선 침략과 식민 지배의 가장 큰 상징물인 조선총독부야말로 우리에게 다시금 국권을 피탈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문화재가 될 수 있었다. 서대문 형무소 못지 않게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기억 속 조선총독부의 상징성은 지대한 것이었다. 그런 가치의 문화재를 날려버린 것이다. 해체하여 다른 장소에 복원하는 다른 방법도 있었을 텐데 날려버렸다. 날려버린 이야기의 비화는 넘긴다 쳐도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는 명백한 기억의 상실이다

또한 이 건물은 단지 총독부로만 쓰인 것이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중앙청 등 우리 한국 현대사에서도 지대한 역할을 수행하던 곳이다. 6.25 당시 서울을 수복한 병사들이 태극기를 세우는 장면이 이곳에서 연출되는 등 일제강점기라는 근대사를 넘어 현대사에서 나오는 굵직한 사건들의 배경이었다. 이런 곳을 단순히 파괴하기엔 조선총독부에 서린 역사 속 이야기들이란 가볍고 날려버릴 만한 것이 아니었다

혹자는 말한다. 이러한 일제강점기 문화재가 없더라도 우리가 일제의 잔혹성과 만행을 충분히 기억하지 않느냐고. 맞는 말이다. 그리고 혹자는 이러한 문화재의 보존을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일제의 잔재를 털어내지 못하고 거기에 매몰된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그리고 이런 문화재 하나를 보존하는 것보다 올바른 역사교육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어쩌면 이 또한 맞는 말이다

그러나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직접 보는 것이 백번 듣는 것보다 낫다. 폴란드가 자신들의 치욕의 역사이자 슬픔의 역사 아우슈비츠를 보존한 것은 그걸 직접 보게 해서 더욱 기억에 남게 하고 더욱 와닿게 하려 했기 때문이다. 아우슈비츠를 방문하는 독일 학생들은 이를 통해 조상들의 과오를, 폴란드 학생들은 진실을 마주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들은 유럽의 평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에 비해 우린 어떤 것을 배우는가? 우리의 주변엔 오직 한민족의 위대함을 자랑하는 것만이 널려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한다. 한국인들은 분명 뛰어났고 위대했다. 다만 그 위대함 뒤엔 그에 못지 않은 좌절과 실패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부분들에 대해서 한국은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치욕의 역사, 불운의 역사의 문화재도 있긴힌지만 영광의 역사 속 그림자에 가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올바른' 역사교육의 기준은 누가 세운단 말인가? 차라리 역사에 대한 판단을 우리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조선총독부나 서대문형무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보여줘야 한다는 결벽증에 시달리지 말고 증거나 장소를 그들에게 보여주어 그들이 판단을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기존 세대가 내린 판단과 평가를 강요하지 말고 새로운 세대가 내릴 수 있도록 그저 돕는 게 낫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해본다

조선총독부 해체는 어쩌면 우리 역사나 정기를 바로세우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칠 문제였다. 다만 해체를 하더라도 다른 곳에 복원하여 비운의 근현대사를 공부하는 교육자료 등 다양한 각도로 보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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