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 사람이 동성애자이고, 신을 믿고, 선하다면 내가 어찌 그를 판단하겠는가"
- 교황 프란치스코 1세(Pope Francis I)
시험기간인데 공부도 안 되고(!) 해서 페이스북을 읽다가 오늘 신촌에서 퀴어 축제를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기사를 읽으면서 상당히 불쾌한 감정이 들어 오랜만에 긴 글을 쓰게 되었다. 사실 난 평소엔 동성애에 대해 관심이 지대하진 않았다. 그래도 신문을 읽다가 사회면에서 동성애 관련 기사가 나오면 지나치지 않고 읽는 정도이긴 하다. 완전한 사회적 무관심에서 약간 비껴선, 그렇다고 사회적 무관심이 아니라고 보기에는 힘든 내 특유의 '애매모호한 선'에 머물고 있었달까
그러면서도 난 이들 성소수자(퀴어, 동성애자)들에 대해서 내심 미안한 감정도 있었다. 그래서 이들을 위해 완전히 도움을 줄 용기는 없으면서, 글이나 신문이라도 읽으며 관심을 표하고 이를 통해 애써 자위한다. 실제로 어떠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나 역시 퀴어 문제에 있어서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사람의 논지와 별로 다를 바 없는 논지를 펼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퀴어 문제와 관련된 토론에서 "동성애가 금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하느님께서 동성애를 허락하셨다면 왜 인간을 남성과 남성 혹은 여성과 여성만으로 만들지 않았느냐, 남성과 여성으로 성별을 나눈 것부터가 이성애가 유일한 진리라는 증거"라고 운운한 적이 있다. 지금 떠올리면 낯이 뜨거울 정도의 터무니없는 논지이고, 한때의 이 망언이 그네들에게 미안함과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를 만든다
이번 제15회 퀴어 축제에선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Love Conquers Hate)"라는 표어로 행사가 진행되었으며, 아시아 각국의 성 소수자들의 교류와 연대를 강조했다고 한다. 확실히 그네들에게 있어 지금 세상은 예전보단 '나은 세상'이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상황들을 보면, '아직은'인 수준이다
러시아의 경우 소치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성 소수자에 대한 탄압이 알려져 전세계적인 공분을 샀고, 특히 2013년 6월엔 '동성애 홍보 금지법'을 통과시키는 등 강경하게 성소수자들의 탄압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나아졌으나 아직도 알게모르게 그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사회전반적으로 짙게 깔려있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에 자주 쓰이던 욕설 중에 하나가 '호모'였고, 성소수자 중 일부는 군대에서 차별을 받을 것을 우려하여 병역을 거부한 채 '정치적 망명'을 캐나다로 간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퀴어 축제에서도 여지없이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에서 특히 기독교(크리스트교, 즉 "개신교 뿐만 아니라" 가톨릭을 비롯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일체의 종교) 중에서도 개신교는 이러한 성소수자들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사실 비판적이기보다는, 편협하다고 봐도 무방할 주장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들은 비수가 되어 퀴어들의 가슴을 저격한다
보수 개신교 단체와 어버이 연합 등에서 이번에 퀴어 축제에 대해 "퀴어 퍼레이드에 가면 퀴어가 전염된다"라는 논조의 망언을 한 듯 한데 이에 대해 네티즌들 역시도 어이상실, 딱 그 모습이다
"퀴어퍼레이드 가서 퀴어가 전염되면 거기 간 호모포비아들은 퀴어가 옮았을테니 전부 지옥가야 되는 거 아닙니까?"라는 비아냥부터 "동성애 옹호하면 꼭 나오는 '게이냐?'는 유치한 반문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 난 여성인권, 아동인권도 옹호하는데 그럼 내가 로리미소녀냐?" 등의 야유마저 듣고 있다
동성애는 개인의 자유이고 각자가 선택할 문제이다. 자신의 성적 자율권이 보장되지 않고 법제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그것이 과연 올바른 사회일까 의문이다. 동성애는 금지되어야 한다며 선한 성소수자를 죄인으로 모는 일부 개신교의 행태와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므로 금지되어야 한다며 선한 종교인을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거나 학살한 북한의 행태 사이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오히려 전혀 괴리감 없는 일종의 쌍둥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더욱 이렇게 극단적인 호모포비아(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의미)로 인해 빚어질 일 또한 염려가 된다.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 못지 않게 죽임을 당한 이들에는 집시와 퀴어들도 포함된다. 비록 영화긴 하지만 <브이 포 벤데타>에서 신영국 정부가 동성애자들에게 저지른 학살 또한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일부 극단적 개신교의 모습은 이들의 극단성과 맥을 같이할 뿐만 아니라 가끔은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기도, 가끔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는 상당히 위험할 뿐만 아니라, 전 기독교적 정신에서도 위배된다
개신교의 이러한 근본주의적 성향과 대비적으로 가톨릭의 입장은 동성애에 대해 상당히 동정적인 시각을 견지한다. "성적 취향 때문에 성소수자들을 비판하거나 차별할 수 없다"라는 교황 프란치스코 1세의 발언과 같이 동성애를 '용인하진 않지만' 그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의 철폐, 혹은 그들의 의사 존중 등을 인정한다. 매번 일부 개신교의 극단적 행태가 나올 때마다 가톨릭을 대비시켜 미안하지만, 사실인건 어쩔 수 없는거다
퀴어 축제의 모토처럼,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아무리 강하고 탄압이 있을 지라도 이들은 꿋꿋히 그네들만의 사랑을 가꾸며 살아갈 것이라 믿는다. 다른 이들의 혐오에 신경 쓸 시간에 자신의 사랑을 베푸는 것이 더 유용하고 또 자신의 사랑을 베푸는 데에도 시간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6월 15일 퀴어 축제가 막을 내린다고 한다. 막을 내리기 전에, 살짝 퀴어 축제를 다녀오려 한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그네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점도 있을 것이고, 또 성소수자들을 비난하는 개신교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양 쪽의 의견을 다 듣고 나 나름의 판단을 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성소수자를 아들로 둔 아버지가 남긴 글귀 하나 남기고 글을 마친다 :
"전 하루종일 기계를 고치지만 동성애자인 아들은 고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고장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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