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근본주의인 창조론에서는 성경의 창세기에서 적당히 생명탄생의 부분과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인용해 그것들이 전부 사실이었다고 한다. 그 부분을 신화나 전설로 이해해 깊은 의미를 생각하거나 어떤 메시지를 찾으려는 건 전부 잘못이고 그냥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정도의 지식수준으로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신화란 사실에 바탕을 둔 게 아니다. 흘러가는 거대한 시간과 생명(탄생, 죽음, 결혼, 아이로부터 어른으로 그리고 노인으로의 변화)을 상대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비춘 것이다. 과학이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인간이 심리적으로 또는 정신적인 본질에서 필요한 걸 신화가 채워준다. 신화를 과학으로 바꾸려거나 과학을 신화에 끼워 맞추려는 건 신화에 대한 모독이며, 전설에 대한 모독이고 또한 과학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그런 걸 목적으로 삼는 창조론자들은 이미 신화의 중요성, 의의, 본래의 숭고한 모습을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창조와 재생에 관한 훌륭한 이야기를 손에 쥐고도 그걸 엉망으로 해 버린 것이다.
신화를 과학으로 바꾸려는 게 얼마나 불합리한지는 수백만 종의 동물을, 물론 먹을 것도 함께 조그만 방주에 싣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그 동물들 전부를 먹이고 물을 주고 청결하게 손질하는 작업을 생각해 보자. 목장이나 양계장을 한 번 가 보는 게 어떨까? 그리고 어류나 바다의 공룡은 왜 홍수로 죽었는지 누가 묻는다면? 물론 창조론은 여기서 굴하지 않는다. 신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설명으로 둘러댄다. 그리고 그럴 때는 반드시 성경에 없는 설명들을 자기들 마음대로 지어낸다.
창조론은 이 지구와 우주 전체가 6000년 전에 만들어졌고(길어야 만 년?) 노아의 홍수가 4000년 전쯤에 끝나서 그때부터 인류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지금의 세계사는 전부 거짓말. 그리고 100년 쯤 지나 모두들 모여 바벨탑을 쌓다가 신의 노여움을 사서 그제서야 한국어도 영어도 프랑스어도 일본어도 생겼단다. 그 중 한국어하는 사람들이 한반도까지 와서 언제 고조선도 만들고 삼국시대도 만들었을까? 지금의 한국역사도 전부 거짓말. 우주가 6000년 전에 만들어졌으니 인류의 역사에 따라 지구에 도착하는 별빛들은 조금씩 늘어났고 우주가 6000광년보다 더 크다는 천문학은 전부 거짓말.
창조론 주장에 따르면 기원전 2600년 경 세계인구는 600명 전후였다. 그때는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강, 중국문화가 번성하던 시기였다. 이집트에 전인구의 1/6 정도를 나눠주더라도 피라밋은 100명이 지었던 게 된다. 아니면 고대 우주비행사가 도와줬든가. 당연히 인구증가율이란 건 일정하지 않았다. 급격한 증가와 돌연한 감소가 몇 번이나 있었고 산업혁명 이전의 인구는 번영과 급증, 기아와 급감, 재해에 의한 감소의 연속이었다. 유럽에서 6세기엔 역병으로 인구의 반이, 14세기엔 페스트의 만연으로 3년 동안 인구의 약 1/3이 죽었다. 인구증가율이 계속 가속된 건 19세기에 들어와서였다. 최근의 인구증가율과 선진국 평균수명만 따지는 창조과학회의 여러가지 인구계산법들은 근본부터가 틀렸다.
창조론은 이렇게 진화론에 바탕을 둔 생물학은 물론 인류 역사의 대부분, 우주론이나 물리학, 고생물학, 고고학, 지구과학, 동물학, 식물학, 생물지리학의 대부분을 부정한다. 사이비과학 이론 중에서 수 많은 증거들을 무시하거나 잊으라고 한다는 점에서 창조론에 필적하는 게 단 하나 있다. 터무니 없기로 유명한 홀로코스트 유대인 대학살 부정론이다.
1.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과 창조론자들은 역사학자의 지식이나 과학에서 뭔가 조그만 잘못만 발견하면 그걸 갖고 역사학이나 과학 전체가 다 틀렸다고 허풍을 떨면서 주장한다. 어떤 한 유대인이 수용소 생활을 회상한 부분에서 조그만 잘못이나 기억의 착각이 드러나면 그걸로 대학살 전체를 부정한다. 창조론은 필트다운인 화석 사건을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1915년에 발표된 엉터리 화석이었는데(누군가 발견자들을 골탕먹이려고 했다는 의견이 있다) 진화론에서 계속 그 화석은 앞뒤가 맞질 않는다는 게 지적됐고 결국 진화론 학자들에 의해 철저하게 검사되어 1953년 엉터리라는 게 밝혀진 화석이다. 그걸 2004년 현재까지 마치 그게 진화론의 모든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과장해서 진화론이 다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엉터리임을 밝힌 건 진화론이지 창조론이 아니었다.
2.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은 자기들 주장에 맞는 나치 지도자나 유대인, 홀로코스트 연구가들 이야기는 문맥의 앞뒤를 무시하고 엉터리로 즐겨 인용한다. 진화 부정론자들은 굴드 같은 과학자 말을 문맥, 내용 다 무시하고 인용해서는 마치 진화론을 부정하거나 무슨 굉장한 위기에 빠진 것처럼 속삭인다. 사실은 굴드처럼 자기 저서들을 통해 창조론자들을 비판한 학자도 드물다는 건 왜 알리지 않을까?
즉 자기에게 불리한 증거들 수백, 수천 개는 전부 무시하고, 자기들 주장에 맞는 불확실한 증거 한 두개만 특별하게 반복해서 인용하는 식이다.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은 가스처형실 앞에 줄 선 유대인들 사진증거도 처형실 앞에 쌓여서 불태워지는 유대인들 시체더미 사진증거도 전부 의미가 없다. 그건 그냥 줄 서 있는 거고 그냥 불태우는 거라서... 처형당하는 내부모습의 동영상이나 중간사진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창조론자들은 시대 흐름에 따라 나오는 화석증거들을 무시한다. 중간의 화석이 없어서란다. 중간화석 찾아내면 그 중간중간 화석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고래의 중간화석이 나오면 그건 고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완전한 고래 화석이라면 당연히 중간화석이라고 하질 않는다......
3.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은 홀로코스트 연구가들이 서로 토론하는 건 그들 스스로가 의문을 가졌거나 생각이 정리 안 된 거라고 결론 짓는다. 진화 부정론자들도 역시 과학자들이 서로 토론하는 건 그들도 진화론을 의심하거나 과학을 제대로 이해 못 해서라는 착각에 빠져서 진화론이 무너졌다고 주장한다. 진화론에서 점진적인 진화론 개념에 단속평형설이 추가되어 진화론이 전체적으로 더욱 완전한 이론으로 발전했을 때, 창조론자들은 전혀 엉뚱하게도 대진화가 무너졌다는 식의 허황된 소문을 퍼뜨렸다.
진화론이 무너지고 미국에서 창조론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전형적인 거짓말을 인용한다.(창조과학 홈페이지 인용)
교실 밖의 숨은 이야기 1. – 이광원 (서울북부교육청 장학사, 한국창조과학회 교사연합회 회장) -
> 특히 다양한 사고의 경험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제시해 줄
>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주 교육위원회에서
> 이를 문제 삼기 시작했고, 급기야 작년(1999년)에는 캔사스주에서 진화론 교육 금지
> 결정까지 내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대선 주자들까지도 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등
> 진화론의 종말이 가까이 왔음을 시사하는 사건들이 속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거짓말이다. 캔자스주에서는 '진화론 교육 금지'결정이 내려진 적이 없다. 진화론을 주 통일 시험에 내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을 뿐이다(대입시험 제외). 왜 가르치는 걸 금지하지 않았을까? 그건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거나 창조론을 가르치려는 법령들은 전부 '위헌'이라는 판정을 87년 미합중국 최고재판소에서 내렸기 때문이다. 즉 창조과학회에서 허풍을 떠는 법률들은 전부 위헌으로 다 폐기되었고 다시 제정할 수도 없게 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뒤에서 교육위원회에 로비를 하는 방법을 써서 시험내용을 변경하는 복잡한 시도를 한 것이다. 결국 교육위원회 창조론파 위원들 3명은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고 이 결정은 2001년 2월에 다 철회됐다. 진화론의 종말이 가까워오기는 커녕 창조론과 창조과학의 허구성이 다 폭로된 것이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지금은 진화론을 버리고 창조론을 믿는다고? 87년 합중국 최고재판소 재판에서 창조론이 진 이유는 72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중심으로 한 과학자들과 과학협회, 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창조과학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설명했기 때문이었다. 창조론에서 말하는 수많은 과학자들은 어디 있었을까?
여기서 어처구니 없는 점은 나치 추종자들인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은 그나마 부분적으로는 학살된 유대인 추정수 계산을 수정하게 하는 등 틀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칭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는 진화 부정론자들은 완전히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맞는 게 없었다는 점일 것이다. 먼저 과학적 과정에 신의 개입을 허용한다면 자연법칙에 관한 모든 가설들은 과학과 함께 아무 필요가 없어진다. 바로 그 시점에서 자연법칙과 자연현상에 관해 설명하려는 모든 과학은 그 의미가 없어지고 필요하지도 않다.
1996년 로마교황청 과학아카데미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진화론은 움직일 수 없는 자연계의 법칙이라고 인정하고 과학과 종교 사이에 분쟁 같은 건 없다고 표명했다.
'과학은 관찰에 의해 다양한 생명의 모습을 아주 높은 정확도로 밝혀와 주었고...'
이에 대해 창조과학연구소 명예학장인 헨리 모리스는
'교황은 위대한 영향력을 가졌지만 과학자가 아니다. 진화론엔 과학적 증거가 전혀 없다.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증거는 모두 신에 의한 창조를 지지한다.'고 교황을 비난하고 나섰다.
0 개의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