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5일 화요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지적설계론



창조론의 최신 변형이론인 지적설계론의 총본부는 Discovery Institute라는 곳이고 그 연구소 소속의 통일교신자인 Dr. Jonathan Wells가 2006년 새로운 책을 냈다. 제목은 “The Politically Incorrect Guide to Darwinism And Intelligent Design". 최신 과학이론을 담은 정말 과학적인 지적설계론 책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결국은 정치적인, 또는 종교적인 편견에 빠지면 이런 거짓말과 속임수를 쓸 수도 있다는 예를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은 것 같다. The University of Iowa의 조교수인 Dr. Tara C. Smith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 책의 내용을 일부 인용해 비판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간단히 정리했다.

관련 블로그 : “Influenza viruses = evidence for design” by Dr. Tara C. Smith
(http://scienceblogs.com/aetiology/2006/08/influenza_viruses_are_intellig.php)

Dr. Jonathan Wells는 자신의 저서에서 “일부 과학자들은 새로운 가설을 만들기 위해 지적설계론을 사용한다.”라고 주장하면서 그 예로 브라질의 대기권학자인 Forrest M. Mims III의 연구를 인용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고 주장했다.

1. 다위니즘에서는 병원성 바이러스가 태양의 적외선 방사(UV)에 대한 저항성을 아득한 과거에 진화시켰다고 시사한다.
2. 하지만, Mims의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공기감염세균이 UV에 약하다고 밝혀졌으며, 그는 이걸 지적설계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Mims는 지적설계론이 맞는다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햇빛의 UV 영향을 받기 쉬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Wells writes (page 204-5, emphasis mine):
...some scientists are using ID heuristically to develop new hypotheses. For example, Darwinism suggests that pathogenic viruses should long ago have evolved resistance to solar ultraviolet radiation (UV). Yet studies in Brazil by atmospheric scientist Forrest M. Mims III show that most airborne bacteria are quickly suppressed by even small doses of UV, and he regards this as evidence for design. Mims reasons that if ID is true, flu viruses should also be susceptible to UV from sunlight, and he published a prediction that avian influenza could be "controlled by a substantial reduction" in smoke from regional burning in Southeast Asia that would allow UV from natural sunlight to "suppress the virus before infection occurs."

일단 내용을 읽어보면 Wells는 바이러스와 세균이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면서 뒤죽박죽으로 책을 쓴 것으로 보이지만 그건 넘어가고, 아무튼 위 주장을 살펴보면 놀라운 사실들을 알 수 있다.

1. 처음 전제부터 틀렸다. 마치 다위니즘에서는 UV 내성을 가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진화되었어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UV가 세균 등에서 병원성 DNA를 변화시켜 살균효과를 가진다는 건 이미 상식이다. 일부 세균에서 내성을 가지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만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UV내성을 진화시키지 않았더라도 이건 여러 가지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진화시키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주 자연스러운 것에 불과하다. 인플루엔자 감염은 대개 직접 접촉이나 공기 중의 비말을 통해서이다. 오랫동안 공기 중에 머무를 필요도 없으므로 높은 UV 내성은 진화 상 바이러스에게 그다지 유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UV 내성이 진화되지 않았더라도 진화론으로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다는 의미)

2. 창조론과 지적설계론의 전형적인 속임수가 또 드러나는데 Wells가 지적설계론이 맞는다는 걸 증명하는 과학자가 있다며 인용한 Mims의 연구결과를 보자. 전부 다 읽을 수 있다.
http://www.ehponline.org/docs/2005/113-12/correspondence.html
“Avian Influenza and UV-B Blocked by Biomass Smoke”

과학 전체의 거대한 음모(?)인 진화론을 무너뜨리고 이번에야 말로 과학적인 증거가 하나도 없는 지적설계론을 증명하는 중요한 연구논문인 셈인데, 직접 보면 알 수 있지만 사전 심사도 없는 이 짧은 글이라도 찾아서 ‘증거논문’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지적설계론이 생각보다 절박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전 심사를 받는, 상세한 근거를 제시하는 길고 좋은 논문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왜 겨우 이런 논문일까? 물론 사전 심사를 받지 않은 짧은 글이더라도 내용이 정확하면 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렇질 못하다.

이 논문에서는 1995년 1997년의 브라질 화산활동으로 UV가 약해졌을 때 바이러스를 측정한 결과는 없지만, 병원기록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발생률이 늘었다든가, 타이와 베트남의 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식으로 인플루엔자가 UV에 약하다는 근거를 들었다. 먼저 이 논문은 논리상의 약점이 있어서 여기서 논한 데이터만으로는 인과관계를 밝힐 수가 없다. 예를 들어 겨울에 사람들이 두꺼운 털옷을 입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과 겨울에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는 두 가지 데이터를 가지고 ‘두꺼운 털옷은 감기 바이러스의 활동을 활성화시킨다.’라고 결론 내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순히 A의 수치와 B의 수치가 같은 시기에 함께 높아졌다고, 너무 쉽게 A는 B의 원인이라는 식으로 결론 내리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니다. 논문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Mims는 논문의 어디에서도 "지적설계론"이라고는 한마디도 안 했다. Wells는 지적설계론이 맞는다면 UV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죽는다는 예측을 가설로 세울 수 있고 Mims는 그렇게 지적설계론을 근거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한 것처럼 주장했다. 하지만, UV가 온갖 미생물을 죽일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고 새삼스럽게 가설로 세울 것도 되지 못한다(Wells는 이것조차도 몰랐던 걸까?). 그리고 물론 이 사실이 진화론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더더욱 중요한 건 논문을 쓴 사람은 지적설계론이 맞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커녕 아예 한마디 언급도 안 했다는 것이다. 즉, Mims의 논문은 내용상으로 따져서 지적설계론과 눈곱만큼의 관계도 없으며, 형식상으로 문구를 따지더라도 지적설계론이라고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연구 결과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게 지적설계론을 지지하는 논문?

결국, 지적설계론 총본부의 자칭 과학자에게서 나온 2006년 최신 서적은 사이비과학의 전형적인 특징인 ‘엉터리 인용’으로 마치 자기들 이론에 무슨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속이는 것에 불과했다. 참고로 이 Dr. Jonathan Wells라는 사람은 지적설계론 숭상자들이 자기들 이론이 아주 과학적인 주장이라며 근거로 내세우는 ‘진화론이 의심스럽다는 주장을 한 과학자 100인의 서명’에 들어있다. 그 100인이라는 게 대부분 생물학이나 진화론과는 전혀 상관없는 전문가들인 가운데, 이 Wells는 그나마 ‘분자, 세포생물학 박사’로 소개된 사람이었는데 겨우 이런 수준의 책을 냈다는 걸 알고 조금 실망스러웠다.

시간들여 논문까지 다 읽기 싫거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간단한 검증방법을 알려드린다. 네이버에서 'UV 바이러스'라고 검색해 보시고 어떤 내용들이 나오는지 확인해 본다. 그리고 Wells가 지적설계론 (Intelligent Design)의 증거라고 제시한 Mims의 논문을 찾아가 내용을 읽지 않더라도 문자검색으로 "Intelligent Design" 또는 그걸 의미하는 그 어떤 단어 하나라도 본문 중에 나오는지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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