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9일 화요일

지적설계론의 허구성 - 환원불가능한 복잡성



ID론 (지적설계론)의 가장 강력한 증거라는 것에는 ‘편모의 진화’가 있다. 베히가 'Darwin's Black Box (1996)' 에서 소개한 것인데, 편모처럼 복잡한 기관이 진화로 생겼을 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베히는 몇 가지 실수들을 저질렀는데 일부만 살펴보자.

지적설계론이란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단지 ‘무지’에 근거한 이론이라는 걸 알 수 있으며 아무리 잘 포장하더라도 결국 요점은 이렇다.

‘그게 어떻게 진화되었다는 건지 난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그러니까 진화일 리가 없다.’
이해가 안 되면 공부를 해야지 무조건 틀렸다고 주장하는 건 물론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베히는 그럴듯하게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한단계 한단계 부품이 덧붙여진다는 점진적인 진화로는, 어떤 기관이 완성될 때까지, 그 중간단계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므로 안 된다는 이야기다. 반쯤 조립된 쥐덫은 아무런 기능도 없고 그런 식의 진화로 쥐덫이 완성될 리 없다는 비유까지 들어가며. 베히는 무슨 공부를 안 했을까? 지적설계론자들이 모르는 부분을 살펴보자.

1) 진화로 생긴 변화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더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창조론자들이 정말 잘 틀리는 부분이다. 진화론에서는 A, B, C 순서로 진화가 일어났으면, 아예 없는 것보다는 A가 그나마 낫고 또 그것보다는 B가 조금 더 낫기 때문에 그러한 변화가 후손에 넓게 남겨져 다음 진화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이론을 검토하고 싶다면, 아예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정말 A가 생존에 유리한 특징을 가질 수 있는지, 또는 A보다 B가 정말 나은지를 살펴야 한다. 하지만, 창조론자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지금 놀라운 구조의 C가 있는데 그게 A라면 다 죽지 살아남겠어요? 정교한 기관인 C가 아닌 것들은 다 쓸모없어요.’

이들은 곧잘 수많은 부품으로 정교하게 구성된 인간의 눈을 예로 들며 여기 부품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눈은 제대로 기능할 수 없고 따라서 점진적인 진화였을 리 없다고 한다. 자, 눈을 구성하는 몇 가지 부품에 이상이 생긴 사람들은 다 죽어야 하나? 안경 쓴 사람들은 뭔데? 눈이 거의 다 멀어 빛만 겨우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 ‘그런 눈 가져서 뭐 해요? 그냥 장님이 되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창조론자들은 모두 그렇게 눈이 완벽한가? 그리고 모든 생물이 다 인간과 똑같은 복잡성의 눈을 가졌나? 인간처럼 정교한 눈을 가지지 못한 다른 생물들의 눈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베히는 한 번도 언급하질 않았다.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 그나마 낫다는 것이 진화의 중요한 시작임을 이해해야 한다. 베히는 쥐덫에서 부품 하나만 빠져도 아무 소용없다고 저서에서 그림까지 그려가며 주장했는데 나무판 하나만 있어도 그나마 아무 것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 쥐를 잡지는 못해도 쥐구멍을 막을 순 있으니까. 쥐를 완벽하게 잡지는 못해도 잠깐 붙잡아 둘 수 있다든가, 방해할 수만 있어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앞과 비교해야지 왜 뒤와 비교하나? 그리고 베히에게는 안 됐지만 그 쥐덫비유마저도 철저하게 틀렸다. 쥐덫마저도 '환원가능한 복잡성'이라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쥐덫이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이라는 비유마저도 틀렸다는 걸 설명하는 사이트
http://udel.edu/~mcdonald/mousetrap.html

2) 진화한 기관과 그 전 단계 기관은 똑같은 기능을 가질 필요가 없다.

어떤 생물에서 어떤 특정 기능의 기관이나 유전자가 다른 생물에서 전혀 다른 기능을 가지는 경우가 수 없이 많다. 즉 진화의 각 단계에서 한 가지 부품이 여러 가지 다양한 기능을 가지며, 그게 각각 생존에 유리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뜻이다.

베히는 쥐덫이 되는 진화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꼭 쥐만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쥐를 잡지 않고 방해만 해도 된다), 오토바이 부품들은 모두 꼭 오토바이 기능에만 쓰여야 한다는 식이었지만 비유조차도 틀렸다. 오토바이 부품들 중에 정말 오토바이를 위해서 탄생한 것들이 얼마나 될까? 고무타이어? 거울? 가죽의자? 엔진? 쇠 받침대? 핸들? 미안하지만 모두 다른 제품들에서 사용되던 것들이 조금씩 변형되고 모아져 오토바이의 완성으로 이어졌지 완전히 처음부터 오토바이만을 위해 모두 창조된 것들이 아니었다. 여기서 지적설계론 지도자인 베히는 오토바이를 비유하면서 그 부품(구부리거나 자르기 힘든 금속 부품들이 많다!)들이 저절로 변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냐며 진화론을 조롱했다. 자칭 생화학자가 그런 착각에 빠질 수 있다는 게 놀라운 순간이다. 생물의 부품들은 변하기 위해 특수도구가 필요한 게 아니다. DNA 설계도의 염기서열 순서만 바뀌면 된다. 그건 생물학 기초에서 나오는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며 온갖 다양한 재질과 다양한 모양의 오토바이 부품 변하기와는 완벽하게 다르다. 모든 생물의 부품 정보는 DNA라는 한 가지 재질과 이중나선이라는 한 가지 모양에서 생기는 변화에서 출발한다.

자, 편모가 진화로는 도저히 만들어질 수 없는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을 가졌다는 건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내가 지적설계론자라면 위 1)과 2)를 고려한 진화로도 불가능한지를 일단 검토하겠다. 하지만, 지적설계론자들은 연구를 절대로 하지 않는다. 베히의 책이 나오고 10년이 지났지만, 당혹스럽게도 지금까지 아무것도 검토한 게 연구한 게 없다.

그들이 과학자라면 철저한 연구로, 다양한 기관에서 다른 기능에 쓰이지만 편모의 부품으로 사용될 수 있는 비슷한 종류의 (상동) 단백질(부품)들이 없나 조사하고 도저히 편모 기관의 진화로 연결되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걸 일단 확인해야한다. 편모의 부품인 단백질들의 아미노산 서열(설계도에 해당된다)은 모두 밝혀졌고 다른 수많은 기관들의 다양한 단백질 서열들도 밝혀졌다. 유전자 서열 데이터베이스, 단백질 서열 데이터베이스라는 것들이 그러한 것에 해당하며 그런 서열들을 컴퓨터로 비교, 분석하는 것은 생물정보학 (bioinformatics)의 발달과 함께 이젠 전공 학부생들도 가능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베히는 생화학 전공 교수라면서도 그러한 연구를 전혀 하지 않았고 그 가치조차 깨닫지 못했다. 그는 저서에서 서열비교 연구를 살짝 언급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연구가 소용없는 짓이라는 무식한 주장을 했다. 8장에서 비유하기를 같은 회사에서 나온 컴퓨터 매뉴얼들을 비교한다면 많은 똑같은 단어나 문장이 있고 심지어는 단락이 같을 수도 있으므로 같은 곳에서 나왔다는 걸 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컴퓨터가 타자기로부터 단계적으로 제작될 수 있다는 걸 알 수는 없는 것과 같다고 했다. 완전한 착각이다. 매뉴얼을 비교하면 추가된 기능과 삭제된 기능을 알 수 있고 어떻게 단계적으로 개선되어 왔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매뉴얼 여러 권이 섞여 있을 때 내용을 검토해서 그 순서를 알아내는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지 않나? 같은 회사 것이라는 것밖에 알 수 없다고?

과학자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깨달았고, 이러한 서열비교 분석은 생물정보학 (bioinformatics), 비교유전체학 (comparative genomics) 등의 새로운 학문들이 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정도이다. 창조론자들의 진화론 공격에 과학자들이 어이없어 하는 이유는 진화론이 단순한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나 '옛날 다윈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생물학, 생화학, 의학, 약학 등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Youtube에서 편모의 진화에 대한 동영상이 나왔다. 베히가 철저하게 틀렸음을 보여준다. 편모는 단순히 세포막에 구멍만 뚫려있던 시작에서 점진적으로 진화할 수 있고, 그 각 과정이 다 제대로 기능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이 모델은 2003년에 발표되었고 실험에 의해 확인되었다. 편모를 만드는데 필요한 42개의 단백질(부품) 중 40개가 다른 기관에서 상동단백질로 존재한다는 것도 밝혀졌다. 베히와 창조론자들이 공부를 안 해서 모를 뿐이다. 즉, 그들의 강력한 증거였던 세균의 편모는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이 아니라 '환원가능한 복잡성'이다.

== The Evolution of the Flagellum ==  Youtube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SdwTwNPyR9w

베히가 주장한, 그래서 지적설계론자들이 숭상하고 있는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의 예들인 혈액응고, 세포내 단백질 수송, 인간의 면역계, AMP합성을 위한 대사경로들은 결국 100% 다 '환원불가능해 보이지만 사실은 환원가능한 복잡성'이라는 게 이미 밝혀졌다.

http://www.talkorigins.org/indexcc/list.html
(CB200. Some systems are irreducibly comp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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